*출처 : 경향신문
*원문URL : https://c11.kr/39bz
[유인경의 내맘대로 본다] 말 귀를 알아듣기
지난해 늦가을, 돌발성 난청 판정을 받았다. 평소 주변에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많아서 청력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휴대폰으로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급격히 약하게 들렸다. 나는 왼손으로 글쓰고 밥먹고 바느질도 하는 극좌파(?)여서 항상 왼손으로 휴대폰을 들어 왼쪽귀로 듣는데 아무리 휴대폰의 소리를 크게 해도 희미하게 들렸다. 휴대폰 회사가 불량품을 만들었다고 구시렁대다가 우연히 오른쪽 손으로 받아 오른귀로 들으니 선명하고 정확하게 들렸다. 귀도 좀 예민해진 것 같아 이비인후과를 찾았다가 결국 왼쪽 귀의 청력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청력이 떨어지면 소리만 작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전하는 내용도 다르게 들린다. 말귀를 못 알아먹게 된다. 가끔 아파란 말을 바빠로 듣고 아프다는 친구에게 “그래도 바쁜게 좋아”란 엉뚱한 답을 하기도 한다. 지인들에게 “뭐라구?”라고 되묻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처량해진다고 후배에게 말했더니 후배는 자기도 난청이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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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경 전 경향신문 선임기자]
